경제 활황-불황 순환 이론 '사망'…"산업 구조가 변했다"

입력 2024-04-12 15:26   수정 2024-04-12 16:05



경제학계와 미국 뉴욕 월가에서 '경기의 순환'이론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월가에선 전쟁이나 대공황 등 외부적 충격이나 대규모 시장실패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현대 경제는 안정적인 확장 국면을 지속한다는 이론이 힘을 얻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학교에서 배우고 현실에서도 목격됐던 통제할 수 없던 비즈니스의 사이클이 이제는 '길들여진 짐승'이 됐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2020년 12월 이후 40개월간 일자리가 증가하는 등 장기 호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2022년부터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했음에도 성장세는 꺾이지 않았다. 과거엔 달랐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미국은 185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30번의 잦은 불황을 겪었고, 한 번 침체가 오면 평균 18개월 동안 지속됐다. 경제 회복·확장 국면이 지속된 기간은 평균 33개월에 불과했다.

최근까지도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큰 폭의 침체가 현실화하지 않자 경제를 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릭 라이더 블랙락 전무는 미국 경제는 착륙해야 하는 항공기가 아니라 지구 주변을 도는 인공위성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락에서 약 3조달러(약 4100억원)의 투자자산을 운용하는 라이더 전무는 지난해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 경제 붕괴 혹은 낮은 인플레이션과 느린 성장, 완만한 실업률 상승 등 미국 경제가 어떤 모습으로 하강할지에 대해 갖가지 전망이 나왔다"며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인공위성은 착륙하지 않는다는 점이며, 현대 경제를 설명하는 적절한 비유"라고 했다. 경기 등락은 앞으로는 훨씬 안정적인 궤도 안에서 미세하게 일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현재 상황이 경기 위축 국면인지 확장 국면인지 파악하는 것 자체가 무익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데이빗 캘리 JP모간 자산운용 수석전략가는 "사이클에 따라 경기를 전망하는 것은 현대 경제에서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모델로 경제를 예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 주기 이론은 농업과 제조업을 중심 경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탓에 서비스업이 중심이 된 현대 경제와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미국 연간 경제 규모 25조달러(2022년 기준) 가운데 제조업 국내총생산(GDP)의 비중은 10%도 안 되는 약 2조3000억달러에 불과하며, 고용 인구는 약 1200만명에 불과하다. 이 밖에 금융 감독 시스템이 정교해져 금융 회사의 파산이 줄었고, 정보기술(IT) 기술과 통계학의 발달로 대량 해고를 초래하는 수요·공급 불일치도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도 근거다. 무역 활성화로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기댈 수 있게 된 점도 경기의 변동 폭을 줄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 주기의 변화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 등 외부적 충격에 의해서만 경기 침체가 닥쳤고 기간도 9개월에 불과했다. 경기 확장 기간은 평균 104개월씩 지속됐다. 다만 경기 순환을 근거로 침체를 우려하는 시각도 여전하다. 앤 해리슨 버클리대 교수는 "경제가 몰락하기 직전에 경제 확장에 대한 신뢰가 최고조에 달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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